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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곱씹기...3 _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

호랑구야 2020. 7. 14. 09:00

 

코로나로 콕 박혀 있어 영화관을 못간지 어언 5개월.

봤던것만 재탕하다 오랜만에 새로운 영화를 보았다.

 

LG U+ 모바일 TV 어플에서 주말간 무료로 풀렸다는 얘기를 듣고, 친구 A와 동시재생하며 영화를 감상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화가인 마리안느가 어느 작은 섬의 귀족 아가씨인 엘로이즈의 정략결혼용 초상화를 그리러 간다. 처음에는 신분을 속여 산책친구인척 그를 몰래 관찰하고 초상화를 완성한다. 고용주인 백작부인에게 공개하기 전에 아가씨에게 속인것이 마음에 걸려 보여주었지만,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그리겠다고 말하고 일정을 늘린다. 하녀로 있는 소피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임신 중절을 하려 하고, 셋은 함께 지내며 친밀해진다. 마리안느와 엘로이즈는 서로에게 점차 끌리고 마음을 확인하지만, 시대적 상황 속에 그들은 마지막 인사를 건낸다.

 

감각적인 영화였다. 배경으로 들리는 소리가 풍경을 설명하고 동작에 집중하게 했다. 만약 늦은 밤에 봤으면 잠들기 좋은 배경음악으로 사용해도 좋을 정도였다. 게다가 프랑스어와 약간의 이탈리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자막이 없으면 하나도 알아듣지 못한다. 정신이 맑을 때 봐서 다행이었다.

어두운 공간의 활용도 괜찮았다. 요즘 많은 드라마나 영화가 분위기를 이유삼아 하나도 안보이게 찍어놔서 답답한 적이 많았는데, 이 영화는 조명을 잘 써서 그런가 어두워도 거슬리지 않았고, 오히려 얼굴을 예전에 보던 서양화처럼 찍어서 명화를 감상하듯 재미있게 보았다.

때때로 한 씬을 오래 잡아두어도 거슬리지 않았고, 주인공의 시선과 같이 몰입할 수 있었다. 평소에는 놀랄만한 사건의 전개를 따라잡고 추리하는 영화를 주로보아서 그런가 항상 헐떡이며 보았는데, 이 영화는 감정선을 따라가는게 중요하고, 감독이 충분히 빠져들고 따라갈 수 있게 기다려주듯 연출을 해서 친절하다고 생각했다. 그냥 내 생각이다. 

 

 

영화의 모든 장면들이 다 마음이 가고 눈물이 찔끔 나고 웃음이 실실 나지만, 좋아하는 씬은 셋이서 카드게임을 할 때다. 사실 별 거 없다. 편하게 원하는 것을 하는것. 가장 그들다운 모습을 보아서 즐거웠다. 서로를 밉지않게 노려보거나, 잇몸이 훤히 보이게 웃는 모습들이 잊혀지지 않는다.

마지막에 마리안느가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보는데, 28페이지를 그려놓은 것을 보고 눈물이 뚝뚝 났다. 저건 분명히 엘로이즈가 화가에게 표시하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려진것일것이다. 나는 아직도 너를 기억한다. 동시간에 연결되지 않았지만 결국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메세지를,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그림의 형태로 받았다. 

나중에 다시 한번, 시간에 쫒기지 않을 때 보고 싶은 영화다.

 

별은 4개 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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