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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강화길의 음복] 본문
* 다음의 글은 2020년 4월에 겪은 일로 타 블로그에 올린바 있습니다.
강화길의 음복
친구가 준 책이니 받자마자 한 챕터 정도는 읽는게 예의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용이 궁금했다. 음복은 정확히 뭘 원해서 하는지는 모르지만, 무엇인지 모를 수 없는 행위이다. 해마다 적게는 두 번 내지는 네 번은 꼭 해야했는데, 즐거울리는 없고 그저 빨리 지나갔으면 했다. 아주 어려서,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제일 큰집, 우리집에서는 큰큰집이라고 부르는 큰 할아버지의 외동아들의 집에서 증조할아버지와 큰 할아버지의 제사를 지내곤 했다. 온갖 식구들을 다 불러놓고는 12시가 되어야 식을 시작할 수 있었는데, 부엌에서 온갖 노동을 하던 여성들은 방안에, 문까지 닫아놓고 숨소리도 내지 못한채 갇혀있었고, 그저 앉아서 정치얘기나 하던 남자들만이, 심지어 아직 음경에 털도 안난 내 남자 사촌들만이 조상에게 복을 빌 수 있었다.
나중에는 딸 아들 구별 말자며 내게도 음복의 기회가 주어졌지만, 그건 그저 단촐해져버린 식구에 민망한 아버지들의 구색맞추기란걸 알고 있었다. 며느리도 고생했다며 큰엄마와 우리엄마를 부른건, 아마 앞으로 있을 제사와 명절 노동을 계속 원한다는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아주 친절한 메시지 였을 것이다.
지금 나는 제사와 명절 그 어느것도 참석하지 않는다. 틈틈히 엄마에게 그것이 얼마나 쓸 데 없는 일인지 역설하고, 설득하지만 그녀는 때로는 내편을, 때로는 제사의 편을 오가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무례하게 구는 고모가 미웠고, 든든한 시어머니가 좋았다. 소설의 막바지에서는, 내가 얼마나 쉽고 당연하게 악역과 선역을 구별하고 시작했는지 놀랍고 부끄러웠다. 잘못된 행위에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모든 곳은 너도, 나도 다 가본 곳이기 때문이다.
몰라도 된다는건 권력을 가진것이다. 라는 말이 가장 크게 다가왔다. 최근 N번방 사태에 대한 반응으로 여자들은 자신이, 혹은 친구가 피해를 받았을까 걱정하거나, 분노하거나, 포기하고 있다. 반면 남자들은 어떨까. 자신이 사용자가 아니라며 소위 웃짤을 만들어 배포하고 모두가 그런것은 아니라며 자신은 존재조차 몰랐다고 선을 긋기도 한다. 여자와 남자 모두 이용자가 아니라는 가정에서, 여성은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피해자가 되었을까 걱정하고 남자는 자신이 선의의 피해자인 가해자로 오인받을까 걱정하며, 자신은 그런 곳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내세워 유니콘 취급을 받는다.
이 세상에 성별을 떠난 문제는 없다. 성차별이 낳은 가부장제로부터 기인한, 사회의 낮은곳부터 높은곳에 이르기까지 퍼져있는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차별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를 모르게 하고 알게 하는지 확인하는게 제일 첫 번째 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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